w.모던레드
중학교 시절 같이 놀던, 소위 잘 나간다는 여자아이들의 이유 모를 시기와 질투, 그 중 가장, 16살의 우리를 쥐락펴락했던 김정아가 나를 맘에 들지 않아했을 때 부터였을까-
나는 성격이 쾌활한 아이였다. 논다는 아이 치고 공부도 잘하는 편이었고, 남녀 가릴 것 없이 내 주위에는 사람이 몰려들었다. 선생님들 또한 나에게 반장직을 맡기시며 나를 믿어주셨다. 김정아와 틀어지게 된 것은 중2 겨울방학이었다. 중3이 되기 전, 우리는 옆 학교 아이들과 함께 어울렸던 적이 한번 있다.
그 만남이, 영양가 없던 만남이 나의 인생을 이렇게까지 바꿔놓을 줄은 몰랐다.
그 일에 대해서는 길게 얘기하고 싶지 않다. 좋은 기억도 아닌걸 자꾸 꺼내면 뭉개지는건 내 마음이니까.
함께 어울렸던 남자선배가 한 명 있었다. 나와 굉장히 잘 맞는 사람이었다고 당시의 나는 생각했다. 웃음코드, 좋아하는 음악, 사소한 음식의 호불호까지도 닮아있었다.우리는 그 날을 기점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고, 그것을 못 마땅히 여긴 김정아가 학교에서 나를 무시하기 시작했으며 나는 그래도 내 편이라 믿었던 그 선배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그 선배는 늦은 밤 나를 불러냈고, 거기서부터 내 인생이 완전히 틀어졌다. 늦은 밤이었고, 주위는 막혀있었으며, 어두웠고 지나가는 사람의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곳에 나와 그 선배는 단 둘이 있었다.강제적이었으며, 나에게는 도리가 없었다.
그 일이 어떻게 학교에 퍼지게 된건지는 아직도 정확히 잘 모른다. 김정아의 무리가 나를 무시해도 난 여전히 성실한 학생 중 하나였다. 대외적으로는 문제 없어 보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내가 그런 일을 당한 것을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나의 우매한 바램이었다. 나의 간절한 바램에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몸을 팔았다는, 말도 안되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밥 먹을 때면 누군가가 나를 보는 것이 싫어, 점심시간엔 항상 화장실 두번째 칸에서 1시간을 흘려보냈다. 누군가가 내 앞에서 귓속말만 해도, 나는 화를 낼 정도로,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로 몸도 마음도 쇄약해져있었다. 그렇게 버티기를 반년, 나는 고등학교를 일부러 타 지역에 있는 곳으로 지망하였다.
고등학교에 가면 모든게 다 끝날 줄 알았는데, 이젠 끝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또 나는 어쩔 수 없는 굴레에 빠져든다.
"야 너 중학교 때 걸레였다며"
"무슨 소리야"
"너 중학교 떄 남자애들 다 후리고 다니고, 장난아니었다던데? 너 왕따 당해서 일부러 여기까지 온거라면서"
"그런거 아니니까, 좀 가-"
"그럼 뭔데- 너 왜 여기까지 학교 다녀? 내 친구가 너랑 같은 중학교였어, 너 XX중 맞잖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 아이의 입술을 타고 흘러내려 내 귀로 들어온 나의 중학교 이름. 옆에서 나를 보며 기분 나쁜 미소를 띄는 아이들. 모든 상황이 중학교 떄의 기억을 되살리기에 완벽했다. 절대 떨구지 않겠다 결심했던 고개는 어느새 땅바닥에 쳐박혀있었으며, 눈을 뜨고는 있었지만 파도처럼 일렁거렸다.
울지마, 울면 안돼- 울면 지는거야
아이들이 날 괴롭혀 올 때면 항상 속으로 되뇌이던 말.심호흡을 할려고 노력해봐도 자꾸만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생각보다 큰 트라우마를 안겨준 중학교생활이었나보다.
"야, 니네 얘 알아?"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속으로 1부터 세기 시작해여 6까지 세었을 때였다. 낯선 목소리가 내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나의 손목을 그러쥐는 손이 따뜻했다.
"얘, 아냐고- 다른 지역에 있는 학교에서 온거면 니네 얘 모르는거 아니야?"
"권순영, 끼어들지마- 내 친구가 얘랑 같은 중이었다니까?"
"친구 누구 이름 얘기해, 나도 그 학교에 아는 애 많아, 이름 얘기해보라고"
"..."
"너는 이게 참 문제야, 왜 직접 보지도 않은걸 씨부리냐고-너 그말에 책임질 수는 있냐?그럴 능력 돼?
너 그러다가 진짜 좆돼, 나한테"
목소리의 주인공은 권순영이었다. 우리반은 아닌데, 좀 유명한 애다. 시끄러운 걸로도 유명하고, 뭐 항상 복도에 나가면 얘가 뛰어다니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우리 모르는 사인데, 권순영이 이러는게, 나를 감싸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권순영이 몰아붙이니까 그 여자아이들도 기분이 잡친건지, 아님 자기 친구가 나와 같은 학교 출신이란 것이 거짓말이었던건지, 내 실내화에 침을 뱉고는 가버렸다.
침 때문에 더럽혀진 실내화의 주인은 난데, 왜 자기가 더 기분나빠하는지 모르겠다.
주머니에서 휴지조각을 꺼내더니, 내 실내화를 벅벅 문지른다.
"아이씨, 미친년들-왜저러는거야 진짜"
혼자 무어라 궁시렁거리며 쪼그려앉아 실내화를 닦아주는 권순영을 밀쳤다. 세게 밀지는 않았는데 뒤로 고꾸라졌다.
"어, 야! 너 왜이래- 내가 도와줬잖아- 이럼 안돼지!"
"내가, 도와달라고 한 적 없잖아"
"으음, 그래- 김너봉 넌 이런 애구나"
나의 가시 돋힌 말에 권순영은 혼자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놨다.'이런 애'라니, 너도 날 콤플렉스덩어리에 자존감 낮은 애로 보는거니.
너도 그럼 아까 저 기지배들과 다를 바가 없잖아.
사실은, 맞다. 나는 이겨낼 수 없는 트라우마에 갖혀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손가락 하나라도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비눗방울 같은 존재이다.
"너, 내가 무서워 혹시?"
"내가, 내가 널 왜 무서워 해"
"그냥 아까부터 한번도 내 눈을 안보길래"
실내화의 앞 코만 바라보고 있던 내 얼굴을, 자신의 손으로 가볍게 쥐어 자기를 보게 했다.
그 일 이후, 남자가 많이 무서웠다. 나를 존재하게 해주신 아빠조차도 무서웠다.근데 권순영은, 지금 내 앞에 있는 권순영은 햇살 같아서, 괴물 같은 다른 남자들 같지가 않아서, 그게 놀라웠다.
"계속 손도 꼼지락거리고, 어디 불안한 사람처럼-"
손톱 옆에 일어난 살들을 뜯어내는 버릇이 있다. 불안할 떄 나오는 버릇이었다. 이거 엄마가 고치라고 했는데, 어느새 또 뜯고 있었나보다.권순영은 내 볼에서 손을 뗸 뒤 끊임없이 서로를 뜯어대던 나의 두 손을 자신의 손과 맞잡게 하였다. 피가 날 떄까지 뜯었나보다, 권순영의 손에도 피가, 나의 손에도 피가 묻어있었다.
"이쁜 손 다 망가지잖아-"
+안녕하세요!! 모던레드입니다우와ㅏㅏㅏ아아!!!!정말정말정말 대단히 굉장히 매우 오랜만이에요!!다들 시험은 잘 보셨나요?저도 오늘 우수한 성저긍로 시험을 끝냈어요 우ㅏ아ㅏㅏ 사실 새벽에 놀러가야되서 자야하는데 잠이 안와서 조각글을 써봤어요....반응이 좋다면 뒷 편도 쓸려구요 사실 ㅜ뒷편도 생각해놓은 전개가 있기에...!!!!요새 너무 재밌는 작가님들이 만ㅇㅎ스셔서 제가 오기가 조금 두려웟어요ㅠㅜㅠㅜㅜㅠㅜ사실 지금도 많이 떨리네요
그래도 재밌게 읽으셨기를 빕니다(하트뿅)세븐틴 컴백해서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당~~우리 꺠럿떨~~~